소중한 사람의 죽음을 마주한 시간  인디돌잔치 <할머니의 먼 집>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9월 26일(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이소현 감독

진행 정지혜 영화저널리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가영 님의 글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이별의 순간을 맞이 할 수밖에 없다. 누구나 변하지 않는 영원을 꿈꾸지만 그런 건 없다. 죽음은 우리의 운명이다. 하지만 죽음이 절대적인 법칙임을 알면서도 매번 그 실체를 목도하기란 두렵고 무섭다. <할머니의 먼 집>은 죽음과 맞닿아 있는 인간의 외로움과 고뇌에 주목한다. 이 영화는 우리들로 하여금 죽음과 동시에 과거가 되어버릴 순간을 어떤 자세로 보내야 하는지 고민하게 한다. 평일 늦은 저녁, <할머니의 먼 집>이 개봉 1년만에 다시 한 번 상영의 기회를 가졌다. 마지막 GV가 아쉬워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는 감독과 모더레이터, 그리고 관객들의 모습이 좋았다.





정지혜 영화저널리스트(이하 정): 이번 인디돌잔치는 <할머니의 먼 집>이 선정됐습니다. 할머니에 대한 영화이다 보니 누구나 공감하며 봤을 것 같아요. 감독님은 오랜만에 관객 분들을 만나는 자리입니다. 그 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이소현 감독(이하 이): 영화 개봉을 마무리하고 나서는 진이 빠져서 좀 쉬었어요. 요즘은 건강이 안 좋아져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책도 읽고 음악도 들으면서 지냅니다.



정: 인터뷰에서 나중에 할머니를 보기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답변하신 기억이 나요. 올해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기도 해서 영화를 다시 보는 마음이 마냥 편치만은 않을 것 같아요.



이: 편집을 하며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개봉한 이후에는 딱 한 번 밖에 보지 않았어요. 어떤 감독님들은 매 GV마다 본다고 하는데, 저는 힘들더라고요. 할머니 돌아가시기 전인데도 그랬어요. 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난 후, 엄마의 요청으로 장례식장에서 영화를 계속 틀어놨었어요.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제대로 본 건 얼마 전 KBS 독립영화관에서 방영했을 때예요. 방금 진행자 분께서 말씀하셨듯이 나중에 할머니를 기억하고 싶을 때 보기 위해 영화를 만든 건데, 진짜 그 이유로 이렇게 영화를 다시 보게 되는 구나 생각이 들어서 많이 울었어요. 과거 인터뷰 당시에는 답변을 하면서도 이런 순간이 정말로 올 거라고 생각을 못했거든요. 할머니께서 돌아가셨고,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시기에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영화를 봤습니다.



정: 영화의 시작 부분에도 나오지만, 감독님이 해외에 있을 때 할머니의 자살시도 소식을 듣고 돌아와 할머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셨죠. 카메라를 들고 할머니의 모습을 촬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이: 할머니 화장대에 제가 어렸을 때 할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이 많았어요. 하지만 대학 진학 후 같이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더라고요. 지금부터라도 찍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단순히 휴대전화 카메라로 시작했어요. 그러다 요즘에는 동영상 기능이 다 있으니 할머니의 표정이나 행동, 모든 것을 영상으로 그대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욕심이 생겨 ‘우리 할머니의 일상을 단편영화로 만들어서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해볼까’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만약 내가 만든 영화가 영화제에서 상영된다면, 할머니의 삶의 아름다움을 많은 관객 분들이 보고 박수를 치고 할머니께서 그 모습을 보신다면, 할머니가 다시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겠지 하는 마음으로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짧은 다큐멘터리를 계획하고 한 달 동안 촬영했고 그 후 어떻게 영화로 만들어야 할지 막막해서 편집도 안 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외숙께서 사고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셨고 사촌 오빠가 외숙 49제 마지막 날 아버지 가시는 길을 영상을 남기고 싶다며 저에게 촬영을 부탁했어요. 이걸 계기로 3년동안 촬영하게 되었습니다.



정: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했다가 잘 안 돼서 할머니와 단 둘이 조촐하게 집에서 상영회를 열었다면서요.



이: 네, 그렇습니다.(웃음) 프로젝터를 빌려 할머니 집 마당에서 상영회를 열었습니다. 그 이후 바로 이 극장(인디스페이스)에서 서울독립영화제를 통해 상영의 기회를 가졌어요. 할머니와 GV도 진행했습니다.



정: 극장에서 영화를 처음 보셨을 때 할머니께서 어떤 말씀을 하셨나요?



이: 할머니께 처음으로 상영 소식을 말씀 드렸을 땐 믿지 않으셨어요. “뭐 하러 서울 사람들이 나를 본다고 하더냐”라면서 안 오려고 하셨어요. 결국 친척들이 봉고차를 대절해서 다 같이 인디스페이스에 왔어요. 극장 안에 많은 관객 분들이 앉아있는 모습을 보고 “아이고 우리 손주 말이 참말이었네” 하면서 되게 좋아하셨고 기뻐하셨어요.



정: 영화를 보고 한편으로 나이 듦이 뭘까 고민했어요. 죽음을 준비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에 대한 고민을 다들 가지고 있을 텐데, 할머니의 곁에서 누구보다 시간을 많이 보낸 감독님 또한 죽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이: 사실 영화를 완성할 때까지도 할머니를 많이 사랑하니까 더 오래 사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마음 속에서 버리지 못했어요. 올해 3월에 돌아가셨는데, 제가 영화 작업을 마치고 1-2월에 화순에 내려가서 할머니를 돌봐드렸거든요. 당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할 정도로 많이 아프셨는데 제가 그 불편함을 대신 처리하고 해결할 때마다 너무 서러워하셨어요. 이때까지 손주들을 돌보고 키워왔는데 이제는 자신이 보살핌을 받는 존재라는 생각 때문이었나봐요. 자식들을 위해 희생하고 베푸는 것이 할머니의 존엄성을 지켜왔던 부분인데 이제는 더 이상 그럴 수 없다는 사실에 마음 아파하셨어요.



정: 영화가 개인 혹은 개인 가족의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다수에게 이야기 거리를 던져줄 수 있는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촬영에 임하는 감독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논쟁적인 가족의 모습을 더 보여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요양병원에 할머니를 모실 것인가, 영양제를 계속 할머니께 드리는 게 맞나 같은 문제들이 가족 내에서 얼마든지 더 이야기 될 수 있었을 텐데 감독님이 다 거둬낸 건가 의문이 들더라고요. 어떤 자세로 영화작업에 임했나요?



이: 두 가지로 답할 수 있는데, 가족들은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하는 취업준비생 ‘나’의 존재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때문에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솔직한 모습을 담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어요. 일부러 빼려고 했던 장면은 외숙께서 돌아가셨을 때 할머니가 식음을 전폐하고 거의 일주일 동안을 울기만 한 모습이에요. 죽음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정이 전달이 되기 때문에 굳이 다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어요. 덧붙여 말씀 드리면 1차로 어머니께 보여드렸을 때 본인의 말이 의도와 다르게 보이는 부분이나 혹은 왜곡돼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은 의견대로 편집했어요. 예쁘게 나온 장면이나 대안이 될 수 있는 컷들도 함께 조율하면서 찾았습니다.(웃음)





관객: 영화 제목에 대해 여쭤보고 싶어요. ‘할머니의 먼 집’이 단순히 물리적인 뜻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어떤 의도로 제목을 지었나요?



이: 처음에는 여름 한 달 동안만 촬영을 계획했어요. 그래서 ‘여름과 외할머니’라는 제목을 지어놨었고요. 하지만 촬영 기간이 길어졌고 4계절의 모습이 모두 담기면서 제목을 바꿔야 하는 순간이 왔어요. 그렇게 고민하던 와중에 한 때 시인을 꿈꾸던 국문과 출신의 친구가 제 옆에 앉아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이거 내일까지 출품해야 하는데 당장 제목 좀 지어봐” 요청을 했고, 친구가 <할머니의 먼 집>이라고 지어줬어요. 집 자체가 할머니의 삶의 공간이면서 모든 삶을 다 보여주고 있잖아요. 이장하는 장면에서 어르신들이 묘를 지칭하며 이제 여기가 할머니의 집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시는데 친구는 여기서 공감을 했대요. 할머니가 삶이라는 집에서 죽음이라는 집으로 가는 긴 여정 중 한 부분을 네가 영화로 기록하는 거니까 <할머니의 먼 집>이라고 제목 지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정: 감독님이 출연도 하고 내레이션까지 도맡았어요. 영화에서 우는 모습까지 다 나오고요. 편집과정에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이: 편집감독님과 서로 주고 받는 형식으로 편집을 진행했어요. 14차까지 했는데, 제 편집본에는 제가 거의 등장하지 않아요. 우는 장면도 당연히 없었고요. 근데 편집감독님의 편집본에서는 제가 너무 많이 등장하는 거예요. 사적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입장에서 스스로 등장한다는 점이 꺼려졌어요. 실제로도 우는 장면을 가지고 가장 많이 논의했는데, 편집감독님은 진심이 많이 드러나서 좋다고 말씀하셨어요. 서울독립영화제 상영 이후 관객 분들의 반응이 좋아서 결국은 넣게 되었습니다.



정: 예전에 쓴 일기가 영화 내러티브에서 이음새 역할을 해요. 지금 상황과 딱 맞는 일기를 보면서 신기했는데, 어렸을 적 일기를 어떻게 이 영화에 가져오게 됐나요?



이: 단순히 할머니와 저의 어린 시절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 재현 다큐멘터리로는 어울리지 않았어요. 마침 제가 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선생님께 일기 검사를 강제로 받아야 해서 일기를 빼놓지 않고 썼어요. 제 생애 집필활동을 가장 열심히 한 시기예요.(웃음) 일기장 속에 이야기 거리가 많았고 할머니 손에 자라서 할머니 이야기가 굉장히 많았어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들이 일기장에 그대로 있더라고요.



관객: 처음에 할머니가 술을 권했을 땐 잘 안 마시더니 나중에는 건배도 하고 술자리도 같이 하더라고요. 그렇게 변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이: 개인적으로 술을 좋아하지는 않아요. 할머니가 마을 사람들과 술을 마시며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할머니에게 술친구가 필요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할머니는 손주에게 맛있는 걸 권하고 서로 나누는 것이 행복이었던 거죠. 



정:머니께서 계속해서 “죽어야지” 하면서도 젊음에 대해 말씀하시는데, 그 감정이 부러움이라기 보단 회한에 젖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순간들을 회상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할머니에게 젊음이란 어떤 의미였을까요?



이: 할머니는 너무 부지런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을 행복이라 여겼어요. 나눔을 더 많이 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건강과 젊음이 필요한데, 지금은 그걸 잃어서 손녀에게도 못해준다는 현실에 많이 속상해 했어요. 



정: 계속해서 작품 활동을 할 텐데, 다른 방식으로도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감독님에게 화두가 될 수 있을까요?



이: 이제 가족물은 안 찍으려고요.(웃음) 처음 찍은 영화에 많은 운이 따른 것 같아요. 이제는 가족들이 카메라를 의식하기 시작했어요. 우리 가족들은 오염 됐구나 생각이 들어요.(웃음) 절실하게 찍고 싶은 이야기가 생긴다면 그때 다시 촬영을 시작하고 싶습니다.



정: 감독님이 NGO활동을 오랫동안 했고 관심도 많다고 들었어요. 예전 인터뷰에서 분쟁지역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혹시 그와 관련된 주제가 있나요?

 


이: 건강이 좋아지면 12월에 팔레스타인 지역에 갈 계획이 있어요. 예전에 우연히 중동지역을 갔을 때 만난 관광객이 “이스라엘의 한 올리브 동산에 가면 한 할아버지가 있는데, 이분이 사람들을 먹여주고 재워주니 차비만 있다면 팔레스타인 지역에도 들어갈 수 있고 이스라엘 지역도 관광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주셨어요. 그걸 듣고 바로 이스라엘에 갔고 모든 올리브 동산을 찾아서 결국엔 할아버지를 만났어요.(웃음) 그곳에서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그 분이 게스트하우스를 무료로 운영하는 이유는 그곳에 일반 관광객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 인권 활동가, 국제 변호사 등 많은 분들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겉으로는 게스트하우스로 보이지만 팔레스타인 독립운동의 근거지로 쓰이는 셈이죠.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자료조사 차원으로 갈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 일년 만에 다시 본 영화고 마지막 GV인데요, 어떻게 <할머니의 먼 집>을 간략하게 줄여서 마음속에 간직할 건가요?



이: 할머니를 기억하기 위해 만든 영화이니 할머니 기일 때마다 한 번씩 볼 예정입니다.





우리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잊을 수 없다. 그저 마음껏 슬퍼하고 수만 가지 느낌을 겪어내는 수밖에. 우리의 기억 한 켠에 옮겨 두어 그리울 적이면 언제든 꺼내 회상할 수 있다는 그 사실로 위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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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돌잔치 2017년 10 상영작 <춘몽>



디돌잔치는 매달 마지막 화요일에 진행되는 인디스페이스의 프로그램으로, 1년 전 개봉한 독립영화의 1주년을 함께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스크린을 통해 그 때의 감동을 다시 한 번 느껴보세요!


인디돌잔치 2017년 10월 상영작 <춘몽>

● 일시: 2017년 10월 31일(화) 오후 7시 30분

● 관람료: 7,000원 / 후원회원, 멤버십 무료

● 인디토크 

   참석: 장률 감독 | 박정범, 윤종빈 감독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진행: 진명현 무브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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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스페이스가 관객 여러분과 함께 마련하는 값진 상영회!

개봉 1주년을 맞이하는 작품 중 다시 보고 싶은 영화를 투표로 선정해주세요.

지난해에 아쉽게 놓친 작품이 있다면, 혹은 스크린을 통해 꼭 한번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주저 말고 투표해주세요:-)


자, 2017년 10월의 '인디돌잔치'의 영광은 어떤 작품에게 돌아갈까요? (두근두근)


>> 투표하러 가기 (클릭!) <<




● 후보작

① 우주의 크리스마스 (감독 김경형 | 2016년 10월 13일 개봉)

② 자백 (감독 최승호 | 2016년 10월 13일 개봉)

③ 춘몽 (감독 장률 | 2016년 10월 13일 개봉)

④ 흔들리는 물결 (감독 김진도 | 2016년 10월 27일 개봉)


● 투표기간: - 10월 15일(일)

● 발표: 10월 16일(월) 이후

● 상영일: 10월 31일(화) 저녁 

(입장료: 7,000원 / 인디스페이스 멤버십, 후원회원 무료)


* 투표에 참여해주신 분들 중 5명(1인2매)을 추첨하여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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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espace_Newsletter_2017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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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도란도란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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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돌잔치 2017년 9 상영작 <할머니의 먼 집>



디돌잔치는 매달 마지막 화요일에 진행되는 인디스페이스의 프로그램으로, 1년 전 개봉한 독립영화의 1주년을 함께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스크린을 통해 그 때의 감동을 다시 한 번 느껴보세요!


인디돌잔치 2017년 9월 상영작 <할머니의 먼 집>(감독 이소현)

● 일시: 2017년 9월 26일(화) 오후 7시 30분

● 관람료: 7,000원 / 후원회원, 멤버십 무료

● 인디토크 

   참석: 이소현 감독 | 진행: 정지혜 영화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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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위에 드리워진 역사를 기억하며  인디돌잔치 <그림자들의 섬>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8 29일(화) 오후 7시 30분 상영 후

참석 김정근 감독

진행 정지혜 씨네21 기자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지윤 님의 글입니다.




크레인과 선박이 늘어선 섬 위에는 역사를 오롯이 견딘 수많은 그림자들이 드리워져 있다. <그림자들의 섬>은 커다란 조선소 뒤에 가려진 그림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흐릿해지려는 그들과 눈을 맞춘다. 8월의 끝자락, 개봉 일주년을 맞은 <그림자들의 섬>을 다시 한 번 극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정지혜 씨네21 기자(이하 정): 작품이 개봉한지 1년이 훌쩍 지났다. 지난 1년을 어떻게 보냈나?



김정근 감독(이하 김): 작년 10월까지는 <그림자들의 섬> 개봉 때문에 정신없이 보냈다. 올해는 진행 중인 작업이 있어서 촬영을 했다. 한국 내에 정치적 격변이 있지 않았나. 관련해서 짧은 단편영화를 독립 다큐멘터리 감독님들과 만들었다. 



정: <그림자들의 섬>을 오랫동안 작업하셨는데 어떻게 진행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김: 2009년쯤 쌍용자동차 진압 작전이 있었다. 만약 한진중공업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촬영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010년 10월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소식을 듣자마자 부산시청 현장에 가서 촬영을 했던 기억이 있다. 어떻게 될지 모르고 별 진척이 없던 상황에서 한진중공업 희망버스라는 것이 만들어졌다. 김진숙 지도위원이 크레인에서 내려온 2011년 11월까지를 기록해서 <버스를 타라>(2012)라는 첫 번째 영화를 조금 빨리 제작했다. 사실 처음에 만들려고 했던 이야기는 ‘왜 노동자들이 싸우고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다.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오래 듣고 싶었던 것 또한 발단이었다. 무엇보다 한진중공업 노동자 (최)강서 형이 돌아가신 이후에 ‘어떻게 이런 걸 견디고 살지?’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했다. 그런 여러 가지 변수와 욕심들이 결합되다보니 <그림자들의 섬>을 만드는 데까지 시간이 길어졌다.



정: 사진관이라는 공간에서 계속 이야기가 진행된다. 왜 그 공간을 선택했는지 궁금하다.



김: 오프닝에서 사진을 찍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긴 한다. 초반과 호응구조를 이루게 노동자분들의 입사 당시 사원증이 엔딩에 올라가도록 하는 것이 편집 계획이었다. 실제로 돌아가신 노동자들의 영정으로 사용되었던 게 입사 사원증 사진이기도 하다. 비극을 염두에 둔 사람들의 모습일 수도 있다. <8월의 크리스마스>(1998)를 보면 한석규 배우가 스스로 사진을 찍는 게 영정으로 넘어가지 않나. 그런 불안한 뉘앙스를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나 그렇게까지 오버하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조명을 사용하는 방식과 무대에 올린다는 느낌이 좋아서 사진관이란 공간을 활용하게 되었다. 



정: 조선소는 남성 노동자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그런 현장에서 여성 노동자 김진숙 지도위원은 어떤 입장이었을까?



김: 작년 강남역 사건 이후 <그림자들의 섬>이 개봉했다. 광주극장에서 진행된 GV에서 어떤 관객이 최근의 여성 이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김진숙 지도위원에게 던졌다. 참담한 기분이 든다고 대답하셨다. 너무 놀랐고, 자신 또한 현장의 거친 남성 노동자들에 동화되어 여성비하 표현을 수차례 사용해왔고,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꽤 오랜 기간 못해왔다고 덧붙이셨다. 하지만 해고된 이후 여성 노동자 공간에 가는 등 여러 활동들을 하며 한국 사회에서 여성 이슈가 얼마나 중요한 건지 알아가고, 배우고 있는 중이라 말씀하셨다. 최근 지도위원님의 트위터 계정을 보면 그러한 이슈 중심으로 발언을 많이 하신다. 현장에서 무언가를 꼭 배워내는 분이고 SNS라는 창구도 목적의식을 가지고 활용하신다. 그리고 그런 이슈들이 한국 사회의 남성 중심적 조직에 꼭 필요하다고 느끼신다.



정: 영상이나 자료를 활용하는 방식을 보면 많이 절제하신 것 같다. 만듦에 있어서의 고민을 듣고 싶다.



김: 최근 우연치 않게 <켄 로치의 삶과 영화>(2016)를 봤다. 영국 사회 속 하층민들의 현실을 리얼하게 다뤄야하지만 한편으로는 방송국과 같은 메이저의 투자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어디까지 다룰 것인가를 굉장히 많이 고민하는 게 영화에 잠깐 언급되어 있다. 그것과 흡사한 것 같다. 전부 다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단 생각도 들었고 자극적으로 이야기했을 때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는 노동자분들이 감내한 세월이 얼굴과 표정으로 전부 표현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재현의 방식에 있어서 최대한 절제를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 딱 두곡의 음악이 삽입되어 있다. 음악의 쓰임은 절제보다 다가가는 방식이었던 것 같다.



김: 김주익 열사에 대한 장면이 어려워지는 한진중공업의 시대 상황을 이야기하는 장면으로 바뀌는 때가 있다. 작업을 할 때 감정선을 그려가면서 했는데 그쯤이 맥이 빠지는 시점 같았다. 죽음의 이야기가 중첩되고 힘든 이야기들이 계속되다보니 다른 포인트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김주익 열사가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이란 노래를 좋아하셨다. 노래 위에 노동자들의 그림이 붙으면 관객들이 다른 감정으로 다시 집중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노랫말이 가지는 의미도 좋았다. ‘그대 나를 알아도 나는 기억을 못합니다’라는 가사가 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대변인은 ‘이제는 그렇게 투쟁하면 안 되는 시기가 왔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박창수 열사가 돌아가셨을 때 인권 변호사로 와있는 푸티지가 짧게 등장한다. 변호사 노무현과 대통령 노무현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일종의 아이러니를 이야기할 수 있는 지점도 있어서 음악을 활용했다. 윤영배의 ‘위험한 세계’는 가진 노랫말이 너무 좋아서 사용했다.



관객: <그림자들의 섬>이라는 제목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김: 한진중공업이 영도에 있다. 그림자 영(影)에 섬 도(島)를 써서 <그림자들의 섬>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한진중공업의 높은 성장 아래 노동자들이 그림자처럼 있었다는 것, 와해되고 떨어져서 섬처럼 분리되어있다는 의미로 제목을 활용하기도 했다. 공간적 의미와 노동조합의 상태적 의미가 있다.







정: 직접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입장이기 때문에 시각예술로 평가받고 싶은 욕망도 있고, 기록으로의 역할이나 소명의식도 있을 것 같다. 그런 두 역할 사이에서 어떤 균형감을 가지고 만들었는지?



김: 이 영화는 지나간 어떤 자리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 기억할만한 가치가 있는 후일담이라 여겨져서 그것에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오늘 우연치 않게 경복궁역 내 서울메트로미술관의 노동자대투쟁 30주년 기념 전시회에 다녀왔다. 1987년 당시 노동자들이 얼마나 힘주어 투쟁해왔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잘 정리되어 있다. 그곳에서 강서 형의 얼굴을 또 보았다. 이게 추후에는 어떻게든 공공의 기억으로 남아서 분명히 다른 이들에게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겠다 싶었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감정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던 것 같다.



정: 오래도록 생각하게 되는 장면이 있는지 궁금하다.



김: 김주익 열사와 곽재규 열사가 묻힌 솔밭산 공원묘원은 밤에 불이 없다. 그곳에 두 열사들을 묻은 후 정리를 하고 동지가를 부르는 장면이 많이 기억에 남는다. 그 순간을 남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어둠 속에서 플래시가 터지는 것도. 물론 내가 촬영한 것은 아니지만 그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 영화에 사용하진 않았지만 강서 형을 묻는 현장에서도 마지막엔 동지가를 불렀다. 반복되는 역사의 참혹함이 기억에 남는다. 어떤 형태로든 다음에 또 담지 않았으면 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정: 현재 한진중공업의 사정은 어떤가?



김: 1987년 7월 25일의 도시락 거부 투쟁도 30주년을 맞았다. 소수노조이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오진 않았지만 내부에서 행사 같은 것들을 하셨다.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자고 열심히 투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계속 조선업이 안 좋은 상황이다 보니 그것도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게다가 한진중공업이 영도 조선소를 아예 폐쇄해버리고 필리핀으로 전부 다 보낸다는 이야기도 왕왕 들리곤 한다.



정: 투쟁 현장을 다루는 다른 감독님들과 이야기 나누는 자리가 있는지?



김: 옴니버스 형식으로 만들었던 <광장>(2017)이라는 작품이 있다. 여러 현장, 여러 지역에서의 활동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만들어 엮었다. 나의 경우 부산 지하철의 청소 노동자를 다뤘다. 



정: 지금 만들고 있는 영화 <언더그라운드>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다.



김: 부산에서 지하철 노동자들을 촬영하고 있다. 지하철 노동자들이라 하면 기관사나 역무원 정도만을 떠올릴 수 있는데, 터널을 수리하는 분부터 정비공장에서 지하철을 분해하여 조립하는 분까지, 굉장히 다양한 일을 하는 분들이 계신다. 거대한 기계와 인간에 대해 관심이 있기 때문에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 내밀하게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를 끄집어내서 이야기할 생각이다. 또 부산 지하철은 제일 처음으로 무인화 된 공간이기도 하다. 무인 매표와 무인 열차가 처음 생긴 공간이기 때문에 사람의 노동이 기계로 대체되는 불안과 그것을 과연 온당하게만 볼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는 영화가 될 것 같다.



정: 작업의 과정에서 인터뷰하는 대상과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방식이 궁금하다.



김: 한동안 같이 밥 먹고, 살고 했다. 5년 정도 찍었으니 영화의 몇 배가 되는 현장 장면이 있었지만 그것을 안 쓰기로 판단을 내렸다. 투쟁기간 동안 같이 활동하던 미디어팀이 있었다. 그 미디어팀과 영상을 계속 업로드 했고 지도위원님이 크레인에서 올리는 셀프 영상도 함께 공유하는 과정 속에서 믿음을 기반으로 같이 작업했다. 형님들도 굉장히 친근하게 생각해주셨다. 할 수 있는 이야기의 선을 알게 되다보니 어디까지 다뤄야할지를 판단하게 되었다. 더 못나가는 어떤 지점에 대해서는 굉장한 아쉬움이 있다. 노골적으로 뭔가를 비판하거나 개인의 각성을 더 볼 수 있으면 좋은데, 그보다 대표성을 띄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입을 빌어 반성하는 듯한 뉘앙스가 되었다. 너무 깊이 알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종의 사고였다는 생각도 든다.



정: <그림자들의 섬>이라는 영화가 기억을 다시 챙겨두게끔 하는 하나의 장치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김: 노동자분들의 표정을 기억해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맥락을,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다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저 역사를 끌고 왔던 노동자 개개인을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각자 다르게 이 영화를 받아들이겠지만 어느 조직이든, 어느 노동조합이든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다. 자본과 노동자의 관계, 노동자와 노동자의 관계 등에서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 상황이다. 영화를 만든 건 2013년이고 벌써 2017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비슷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나아지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생기는 중이라 좀 답답한 것 같다.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노동자분들을 정규직화 시키겠다는 이야기도 했는데 해고자분들의 문제 등에도 관심을 기울여주면 좋겠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루어져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모더레이터 정지혜 기자가 가져온 케이크의 촛불을 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인디토크가 마무리 되었다. <그림자들의 섬>은 일 년이라는 시간을 돌아 2017년 8월에 발을 내딛었다. <그림자들의 섬>이 담아낸 모든 그림자들의 이야기는 한 시대가 지닌 기억으로 자리매김 될 것이다. 그리고 작품이 만들어낸 기억은 앞으로 거쳐 갈 많은 시간들 속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한 다짐으로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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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스페이스가 관객 여러분과 함께 마련하는 값진 상영회!

개봉 1주년을 맞이하는 작품 중 다시 보고 싶은 영화를 투표로 선정해주세요.

지난해에 아쉽게 놓친 작품이 있다면, 혹은 스크린을 통해 꼭 한번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주저 말고 투표해주세요:-)


자, 2017년 9월의 '인디돌잔치'의 영광은 어떤 작품에게 돌아갈까요? (두근두근)


>> 투표하러 가기 (클릭!) <<




● 후보작

① 왕초와 용가리 (감독 이창준 | 2016년 9월 8일 개봉)

② 물숨 (감독 고희영 | 2016년 9월 29일 개봉)

③ 할머니의 먼 집 (감독 이소현 | 2016년 9월 29일 개봉)


● 투표기간: - 9월 11일(월)

● 발표: 9월 12일(화) 이후

● 상영일: 9월 26일(화) 저녁 

(입장료: 7,000원 / 인디스페이스 멤버십, 후원회원 무료)


* 투표에 참여해주신 분들 중 5명(1인2매)을 추첨하여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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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돌잔치 2017년 8 상영작 <그림자들의 섬>



디돌잔치는 매달 마지막 화요일에 진행되는 인디스페이스의 프로그램으로, 1년 전 개봉한 독립영화의 1주년을 함께 축하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스크린을 통해 그 때의 감동을 다시 한 번 느껴보세요!


인디돌잔치 2017년 8월 상영작 <그림자들의 섬>(감독 김정근)

● 일시: 2017년 8월 29일(화) 오후 7시 30분

● 관람료: 7,000원 / 후원회원, 멤버십 무료

● 인디토크: 참석 김정근 감독 | 진행 정지혜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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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보작

① 서울역 (감독 연상호 | 2016년 8월 17일 개봉)

② 시발, 놈: 인류의 시작 (감독 백승기 | 2016년 8월 18일 개봉)

③ 그림자들의 섬 (감독 김정근 | 2016년 8월 25일 개봉)

④ 범죄의 여왕 (감독 이요섭 | 2016년 8월 25일 개봉)

⑤ 최악의 하루 (감독 김종관 | 2016년 8월 25일 개봉)


● 투표기간: - 8월 9일(수)

● 발표: 8월 10일(목) 이후

● 상영일: 8월 29일(화) 저녁 

(입장료: 7,000원 / 인디스페이스 멤버십, 후원회원 무료)


* 투표에 참여해주신 분들 중 5명(1인2매)을 추첨하여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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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미경의 작은 우주 '인디돌잔치' <우리들>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7년 6 27일(화) 오후 7 30분 상영 후

참석 윤가은 감독

진행 김현민 영화저널리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이현재 님의 글입니다.




아이들의 세계는 누구나 한 번 거치게 된다. 그러나 그 세계가 어떠했는지 기억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기억은 마치 편집 전의 영상조각들 같아서 어떻게 편집하는가에 따라 그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래서 아이들의 세계는 종종 너무 낙관적으로 그려지거나 비관적으로 그려진다.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은 이러한 아이들의 세계에 관한 현미경이다. 전체를 볼 수 없지만 어떻게 보는가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들>이 개봉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윤가은 감독 본인의 영화가 이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들어보았다.





김현민 영화저널리스트(이하 김): 감독님께 오늘 참여하게 된 소감부터 들어볼까요?



윤가은 감독(이하 윤): 이 영화를 오랜만에 극장에서 보았습니다. 개봉 전 시사회 이후에 볼 용기가 없었습니다. 아직 기억해주시고 많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김: 저도 오늘 이렇게 많이 찾아오실 줄 몰랐는데, 오히려 제가 더 감동받은 것 같습니다. 감독님께서 영화는 꼭 극장에서 보라고 많이 권유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본인의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것이 두려웠나요?



윤: 이 영화를 편집할 때 하루에 열 시간 이상을 쏟아 부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이렇게 하는 게 좋았을 텐데’ 같은 후회만 남더라고요. 그리고 관객 분들이 좋아해줄지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김: 오늘은 어땠나요?



윤: 이 영화의 조감독이자 저의 가장 친한 친구가 같이 와줬는데 계속 제대로 안 된, 실수한 것만 보였습니다.



김: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제일 거슬렸던 부분이 어떤 부분인지 여쭈어 봐도 될까요?



윤: 모두 밤샘 촬영을 해서 정신없던 장면인데, 사랑분식에 다들 앉아서 학원을 보내니 마니 하는 장면이 있어요. 거기에서 할머니가 지아 소풍날 싸갈 김밥을 받아가야 하는데, 그 김밥 케이스에 아무것도 안 들어있었어요. 무게감이 없는 게 너무 잘 보여서 부끄러웠습니다. 관객들이 웃으면 어쩌지 하는 걱정 속에서 봤어요.



김: 지난 1년의 시간이 감독님에겐 어떤 시간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윤: 사실 영화를 만들면서 정식 개봉을 할 거라는 기대가 없었습니다. 해외에서 상을 타게 되면 기념 삼아서 1-2주 정도 상영해야겠다는 생각정도만 가지고 있었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습니다. 찍을 때는 스태프들과 좋은 기억을 가져간다는 의의만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우연찮게 좋은 배급사를 만나 개봉을 한 덕에 많은 관객 분들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김: 이 영화와 함께 영화제를 통해 이곳저곳 여행을 다녔습니다. 혹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윤: 슬로베니아의 조그마한 마을에서 하는 영화제에 초청된 적이 있어요. 그 곳에서 만난 관객분이 “이거 내 이야기에요”라고 말씀해주실 때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래도 어딜 가나 어린이 관객을 만나는 게 제일 재미있어요. 어린이 관객들이 있는 곳에서 질의응답을 하면 엉뚱한 질문들이 나와요. “한국에서도 ‘포켓몬 고’ 하나요?” 같은 질문이 나와서 그 시간 내내 관객들과 게임 이야기만 한 경우도 있어요.





김: 저는 이 영화를 보고 실팔찌, 봉숭아, 김치볶음밥 같은 다양한 오브제들이 떠올랐습니다. 감독님에게 가장 마음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윤: 쉽게 찍은 장면이 없어서 그런지 장면보다는 그걸 찍었던 현장이 떠올라요. 그럼에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김치볶음밥 장면이에요. 그 장면은 정말 제가 한 게 없어요. 약간의 아동학대를 했어요.(웃음) 배우들의 저녁을 굶긴 상태에서 찍은 장면이거든요. 연출은 윤이한테 “지아 누나가 손님이니까 지아 누나가 먼저 먹는 거야. 그 다음에 네가 다 먹을 수 있어.”라고 이야기 한 것 밖에 없어요. 강민준 배우는 그 전까지 배가 고파서 짜증이 나있던 상황인데, 미술감독님이 해준 김치볶음밥이 정말 맛있었나 봐요. 배우들이 정말 맛있게 먹더라고요. 그래서 인서트로 들어갈 2컷만 찍고 나머지는 롱테이크로 돌린 것 중에서 편집자가 골라낸 장면으로 만든 장면이에요. 이 장면에서 나오는 대사들은 거의 다 애드리브였어요. 윤이가 “우리 엄마가 이런 식으로 김치볶음밥을 해준다”라고 입을 트기 시작하니까 방언 터지듯이 막 대사들이 나오더라고요. 배우들이 만들어낸 장면이에요. 그래서인지 관객 분들이 이 장면을 제일 좋아해주시고, 저도 이 장면을 볼 때마다 마음이 좋아져요. 학원에서 싸우는 장면을 제외한 아이들이 싸우는 장면들이 이런 식으로 만들어졌어요. 싸우는 장면을 찍어야 할 때마다 상황을 주고 배우들이 자기 언어로 말할 수 있게 했어요. 그랬더니 “시치미 떼지 마”라고 하고 “시치미는 너잖아” 같은 말도 안 되는 대사들이 나오는데, 말이 되더라고요.



김: 이런 연출법에 장단점이 있을 거 같아요.



윤: 배우들이 즉흥연기를 할 때 가장 재미있어 한 건 저였어요. 아이들이 자기 말을 하는 게 재밌어서 5분 넘게 컷을 외치지 않은 적도 많았어요. 상시 투 캠을 돌렸는데, 그 때마다 촬영감독님 허리가 나가는 줄도 모르고 지켜봤어요. 투 캠을 돌린 이유는 한 배우가 좋은 연기를 하면 상대도 좋은 연기가 나오기 때문이에요. 그렇지만 이렇게 찍으면 정확한 조명과 동선을 디자인할 수 없어서 앵글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겨요. 그걸 커버하기 위해서 스태프 분들이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너무 고맙고 미안해요.



김: 배우들을 조금 독특한 방법으로 캐스팅했어요. 그렇게 한 이유가 있나요?



윤: 아역배우들을 오디션하다보면 조금 무서워요. 20분 동안 개인기를 하고 주어진 상황을 연기하는데, 감정이 격한 장면이 들어가 있으면 아이들이 막 웃었다가 울었다가 해요. 혼자 원맨쇼를 하는 거잖아요. 저는 이런 상황이 무섭고 좀 폭력적인 방법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래서 1차에는 1대1로 저와 그냥 수다를 떨었어요. 그러다보면 이야기가 되는 친구들을 만나요. 예를 들면 웃기려고 한 이야기에 굳이 안 웃어주더라도 반응이 편한 친구들이 있어요. 리액션이 있는 친구들이 있거든요. 제 이야기를 들어주는 거죠. 그 다음에 연극놀이 같이 즉흥극을 했어요. 그러면 뽑혀야겠다는 생각 없이 다들 즐기면서 연기를 해요. 자기 행동과 말로 솔직하게 반응하는 배우를 찾아서 캐스팅을 했습니다. 의도한 건 아닌데 다 뽑고 나서 보니까 연기 경험이 거의 없는 친구들이더라고요. 그래서 그 친구들을 데리고 리허설을 많이 거쳤어요. 저와 그 친구들 모두 처음이니까 함께 만들어가는 기분으로 영화를 만들어간 것 같아요.



김: 이 영화의 오프닝을 굉장히 좋아해요. 아이들이 피구를 하기 위해서 한 명 한 명 편을 뽑아가잖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피구를 아주 싫어했어요. 플레이어들을 무대 위로 밀어 넣고 공을 맞춰서 나가라고 하는 게 아주 굴욕적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영화를 보며 피구를 사용해서 어떤 의미를 담으려고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윤: 리뷰 등에서 피구에 대해 정말 다양한 해석이 있더라고요. 저 어릴 때 인기 종목이 피구였어요. 요즘 아이들한테 물어보니 피구는 여전히 인기 종목이더라고요. 자율 체육을 하면 보통 피구를 한대요. 단순한 룰을 가진 게임 속에서 굉장히 많은 감정의 교환과 권력 싸움이 일어납니다. 그 안에 굉장히 치열한 아이들의 세계가 있다고 생각해서 피구를 사용했어요.



관객: 아이들 이야기를 쓰기 위해 어떤 조사를 했는지 궁금합니다.



윤: 처음엔 저의 자전적인 부분을 많이 가지고 왔어요. 원래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2년 동안 시나리오를 잡고 있으면서 제가 설정한 부분은 다 날아갔어요. 그렇다보니 제가 저를 믿을 수 없어서 인터넷으로 조사를 했어요. 초등학생들 가는 카페에 가입하고 채팅도 많이 했어요. 놀랍게도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으면 네이버 지식인 같은 곳에 자신이 겪은 일을 질문으로 올리는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거의 A4 한 장 분량으로 상세하게 서술을 해놓은 경우도 여러 번 봤어요. 그 사건이 별일 아닌 것 같지만 이 친구들한테는 우주 같은 일이잖아요. 이런 것들을 보면서 2년을 보냈어요. 그리고 현장에서 배우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넣기도 했어요. 그렇다보니 이 시나리오는 저 혼자 썼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관객: 오랜만에 다시 <우리들>을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전에는 안 보였는데 오늘 다시 보니 선이의 할아버지 이야기가 왜 들어갔는지 굉장히 궁금하더라고요. 



윤: 할아버지 이야기는 제가 한편으로 굉장히 부끄러워하는 서브플롯인데요, 원래는 더 많은 장면이 있는데 찍고서 뺀 이야기에요. 저는 선이와 지아가 함께 미워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만나고 반복하는 게 처음 겪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선이 아빠는 그 대상이 아버지였을 거고, 그에겐 이 관계가 평생의 숙제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미워할 수도 사랑할 수도 없는 애매한 관계였을 거 같아요. 그래서 선이가 이런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고 그것에 대한 반영으로 무엇을 느끼길 바란 거 같아요. 누군가에 대한 미움을 풀지 못하고 계속 안고 간다는 것은 굉장히 괴로운 일이구나 알길 바란 것 같아요. 원래는 선이가 아버지의 괴로움을 보고 그와 다른 선택을 하기 위한 장치로 넣었어요. 그런데 뭔가 착 달라붙질 않아서 편집 때 뺐어요. 아쉬움이 남는 서브플롯이에요.





관객: 보라를 비롯한 세 명의 아이들에 대해 어떤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선이가 밤에 봉숭아를 혼자 바라보고 있는 장면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 장면을 어떻게 촬영했는지 궁금해요.



윤: 세 명의 아이들 다 사랑해요. 그렇지만 보라는...너무 나빠요.(웃음) 원래 이서연 배우가 엄청 착해요. 맏이처럼 계속 무언가를 챙겨요. 자기 손이 안 가면 안 되는 스타일이거든요. 연기를 너무 잘했어요. 어떻게 저런 눈빛으로, 저런 재수 없는 대사를 막 하는지.(웃음) 원래 시나리오 초고는 선이에게 집중된 이야기가 아니었어요. 지아의 서브플롯이 있어서 다른 캐릭터들의 삶을 보여줄 수 있는 장면들이 있었는데 탈고를 하면서 다 빠지고 선이의 이야기로 집중되는 과정이 있었어요. 그래서 스태프나 관객 분들로부터 “보라는 어떻게 할 건가요?” 같은 질문을 자주 받았어요. 관객 분 중에 한 분이 엔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보라에 대한 단죄를 요구한 적이 있어요. 그 때 제가 “사실 보라에게도 아픔이 있습니다”라고 변명처럼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선이와 보라의 모습이 둘 다 제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이야기를 만들었고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성찰해서 새로운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근데 보라는 그런 부분이 표현이 잘 안 된 거 같아요. 부모님의 아주 경쟁적이고 이기적인 가치들을 내면화해서 살아온 아픔이 있는 아이인데 정작 이서현 배우한테 돌아오는 질문은 “악역을 한 소감은?” 같은 질문이었어요. 그래서 배우에게 미안함을 가지고 있어요. 만약 <우리들>에 대한 속편을 만들어야 한다면 보라외전을 만들 생각이 있어요.


그리고 저도 봉숭아 장면 굉장히 좋아해요. 최수인 배우가 너무 예쁘게 나와서 그런 것 같은데, 시나리오를 쓸 당시에는 좀 더 서늘한 장면이었어요. 선이의 단순한 외로움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지아와의 관계를 극복할 것인가를 골똘히 생각해보는, 그런 장면이 되어서 좋아합니다. 선이가 베란다 턱에 앉아 있잖아요. 그래서 아까 보면서는 아픈 곳에 오래앉아 있었구나 하는 생각, 모기가 너무 많았던 기억이 났어요.



관객: 저는 오늘 영화를 처음 봤어요. 선이가 돈을 가져다가 선물을 사는데 그 선물이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윤: 물어봐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사실 선물을 거절당하는 장면과 엄마한테 혼나는 장면 사이에 장면 하나가 있었는데 현장에서 바로 삭제를 했어요. 선이가 혼자 그걸 풀어보고 다시 닫는 장면이었습니다. 근데 엄마한테 혼나는 장면이랑 겹치는 것 같더라고요. 선물을 뭘 살까 연출부 회의를 통해서 굉장히 많은 이야기가 오갔어요. 되게 어렵게 결정을 했는데 사용을 안 했죠. 원래 선물은 헤드폰이었어요. 당시의 선이 생각으로는 비싼 것을 사주면 지아와의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거죠. 지아는 항상 헤드폰을 쓰고 다니잖아요. 영국국기가 그려진 헤드폰이었어요. 나중에 보니 굳이 필요하지 않아서 빼게 되었어요.



관객: 두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매니큐어가 소재로 나오는데 그 장면에서 <아무도 모른다>(2004)가 생각나더라고요. 레퍼런스한 영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그럼 언제 놀아”라는 대사에 대한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윤: <아무도 모른다>는 저의 인생영화이긴 하지만 이 영화를 만들 때 특별한 레퍼런스로 잡기는 힘들었어요. 왜냐하면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는 많고 특징도 전부 달라요. 카메라 워크도 다르고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더라고요. 제 영화는 말이 엄청 많고 사건이 쌓여서 감정이 올라가는 영화이기 때문에 <아무도 모른다>를 레퍼런스로 삼긴 어려웠어요. 참고할 수 있는 영화는 다 참고했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다르덴 형제나 안드레아 아놀드의 영화를 많이 참고 한 것 같아요.


“그럼 언제 놀아”는 제가 이것저것 적어놓은 노트에서 가져왔어요. 제 지인 분을 통해서 실제로 들은 말이에요. 제 지인의 아이가 유치원에서 맨날 맞고 오기에 가서 그 친구를 때리고 했대요. 그래도 맨날 맞고 다니다가 어느 날 갑자기 의기양양해서 집에 오더래요. 드디어 그 친구를 때린 거죠. 근데 “걔도 때렸어”라고 말하더래요. 그래서 “어떻게 됐어?”라고 하니 “같이 놀았어”라고 대답한 거죠. 영화에서 나온 거랑 똑같이요. 그러면서 ‘왜 부모님은 자꾸 때리라고 하지? 같이 놀아야 되는데’ 식으로 되게 한심하게 쳐다보더래요.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가 20대 초반이었는데 당시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던 거 같아요. 그래서인지 되게 충격적으로 다가왔어요. 미움을 가지고 있는 게 용서하는 일보다 더 힘든 일이거든요. 그래서 어떤 순간에는 미움을 멈추고 내가 잘 놀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로 써놓은 거였는데 딱 윤이가 할 법한 대사겠구나 해서 넣었어요.



관객: 영화를 만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윤: 최근에 드는 생각은 관객을 만나고 싶어서 만든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더 격렬할 수 있었던 이야기를 부드러운 터치로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살다보면 어린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미워하고 오해하는 과정에서 더 이상 회복될 수 없는 관계로 남는 사람들이 생기잖아요. 그런 과정을 계속 겪다보니까 외롭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런 이야기를 공유하고 함께 고민하고 싶어서 만든 거 같아요. 저는 당시에 선이처럼 행동하지 못했어요. 어떤 관계가 부서지면 회복하려고 했지만 그냥 그러다가 끝났어요. 그렇게 영영 회복할 수 없는 관계들을 많이 지나왔어요. 하지만 선이는 저랑 다른 사람이니까 현실에서 용기를 가져주길 바랐어요. 그리고 그런 선이를 보면서 제가 스스로 느끼는 게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이런 마음들과 결심들을 관객 분들과 나누고 제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 만들었어요.



김: 감독님이 요새 제일 비중을 두고 있는 일은 뭔가요?



윤: 그동안 영화를 정말 하나도 안 봤어요. 이제 이 영화와 멀어지고 새로운 걸 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 같아요. 지금 새 작품에 대한 초고는 나왔는데 이 길이 아닌 거 같아서 새롭게 고쳐보려고 하고 있어요. 사람이 이 정도 나이를 먹으면 바뀔 수 있는 게 아닌 거 같아요. 제가 가진 것 내에서 어떤 걸 재미있게 잘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김: 감독님의 새로운 이야기가 굉장히 기대됩니다.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오늘 관객 분들께 한마디 해주세요.



윤: 영화를 보는 거 자체가 하나의 일인데 이렇게 극장까지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꼭 좋은 영화 만들어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우리들>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들은 아이들이 멈춰서 어떤 움직임도 없이 카메라에 온전히 잡히는 순간들이다. 1년이 지난 지금, 선이와 지아는 딱 1년의 시간만큼 자랐을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만큼 본인이 견뎌야 하는 1인분의 총량이 늘었을 것이다. 자신이 담을 수 있는 총량이 늘어난 만큼 동네는 작게 느껴질 것이고 그들이 느끼던 세계의 스케일은 1년만큼 작아졌을 것이다. 아이들이 멈춰서 어떤 움직임도 없이 카메라에 온전히 잡히는 순간들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이 보고 있을 대상이다. 대신 그들이 그것을 보고 있던 모습만이 담겨있다. 훗날 그들도 우리들처럼 그 대상을 궁금해 할 날이 오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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