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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1.07 [인디즈] 서로의 풀잎이 되어 <풀잎들> 인디토크 기록




서로의 풀잎이 되어  <풀잎들>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10월 31일(수) 오후 8시 상영 후

참석 김형구 촬영감독

진행 김현민 영화저널리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마리솔 님의 글입니다.




영화의 시작과 끝은 화단 속 옹기종기 심긴 풀잎들이다. 바람이 불자 흔들리지만 용케 잘 버티며 서있다. 어떻게 저렇게 작고 연약한 것들이 쓰러지지 않을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흙 속에 얽혀있을 뿌리를 떠올렸다. 영화 속 인물들도 그러하다. 타인과의 얽힘이 때로는 거슬리고 불쾌하지만, 얽혀있는 덕분에 살게 된다. 우리는 서로의 풀잎이다. 영화저널리스트 김현민의 진행으로 김형구 촬영감독이 함께했다.

 





김현민 영화저널리스트(이하 김현민): 오늘 인디토크 진행을 맡은 김현민입니다. 김형구 감독님도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김형구 촬영감독(이하 김형구): 안녕하세요. 촬영감독 김형구입니다. 영화 재미있게 보셨나요? 홍상수 감독님의 예전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죠. 더 재미있어진 것 같아요.(웃음)

 

김현민: 감독님께서는 <풀잎들>을 얼마 만에 다시 보신 건가요?

 

김형구: 지난 부산국제영화제 때 보고 한 달 만입니다. 최초로 본 건 편집 끝나고 후반 작업할 때, 작년에 촬영마친 뒤 한 달 후였죠. 그러고 부산국제영화제 때 본 거고요.

 

김현민: 아까 다른 작품과 다르게 느껴진다고 하셨는데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김형구: 내용면에 있어서는 그냥 관객분들이 보시는 대로 느끼면 될 것 같아요. 일단 저는 촬영을 했으니까, 촬영에 있어서는 이 영화가 홍상수 영화 사상 최초의 컷이 나온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오버숄더 컷이 들어갔죠. 최초의 오버숄더 컷이었는데요, 아주 느낌이 특별했습니다. 보통 홍상수 감독 영화는 원 씬 원 컷이다 보니 거의 연기자들이 마주보고 연기하거나 투 샷이었다가 각각 원 샷으로 줌인 되는 식으로 주로 촬영해왔어요. 그런 식으로 굳어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오버숄더 컷이 나와 깜짝 놀랐습니다. 인상 깊게 찍은 샷이었어요. 찍으면서도 이 장면이 특별하겠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김현민: 방금하신 말씀 그 장면이 어딘지 아시겠죠? 그렇지 않아도 그 장면에 대해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이따 다시 여쭤보도록 할게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때부터 홍상수 감독과 함께하셨고 벌써 8번째인데요.

 

김형구: 아직 개봉은 안 했지만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기주봉 배우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강변호텔>까지 하면 9작품입니다.

 

김현민: 홍상수 감독님과 작업하시면서 처음엔 안 맞거나 당혹스러운 면도 있으셨을 것 같은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일치하는 점이 많아서 여러 작품을 함께 하신 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감독님의 작업 현장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김형구: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를 촬영했던 게 2003년 겨울이거든요. 그 전에 저랑 홍상수 감독이 같이 학교에 교수로 있었던 시절이 있어요. 그때는 저도 상업영화 찍느라 바빴고 홍상수 감독님도 다른 촬영감독과 작업하느라 바빴습니다. 작업을 꼭 같이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고 그냥 오다가다 복도에서 마주치면 인사치레로 언제 한 번 같이 해야 하는데...’ 정도로 이야기하는 식이었어요. 그러다가 기회가 왔는데, 처음엔 고민되더라고요. 감독님의 스타일을 익히 들어왔거든요. 어떤 면에서는, 그러니까 일반적인 촬영 면에 있어서는 감독님 영화에선 촬영감독이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어요. 상업영화를 찍을 때는 촬영감독이 생각해야 하는 컷이나 시퀀스가 되게 많아서 준비할 게 많은데 감독님 영화는 그런 게 별로 없거든요. 그때는 누가 찍어도 홍 감독님 영화는 다 똑같겠다는 생각을 했던 시절이었어요.(웃음)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촬영을 들어가고 처음으로 테스트 촬영을 하는데 그때 줌을 쓰더라고요. 그 전 영화에선 전혀 못 본 새로운 시도였어요. ‘새로운 시도를 하나보다기대했는데 막상 본촬영을 시작하니 줌을 안 쓰더라고요. 감독님이 모르겠다, 모르겠다.” 하시더니 그 영화는 결국 줌인을 안 쓰게 됐어요. 사실 저는 상업영화감독으로서 해왔던 것이 있는데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우려했던 대로 촬영방법이 많이 달랐어요. 하다못해 시각적으로 너무 어둡거나 밝은 순간이 있으면 촬영감독들은 그 장면을 바꿔보려고 시도하는 게 일반적이잖아요. 그래서 촬영을 다른 방법으로 하거나 이 방법은 피하면 안 되냐고 했더니 감독님이 아냐, 너무 예뻐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기존 영화에서 하던 방식과 완전히 달리하지 않으면 이 사람과 같이 작업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이후엔 제 생각을 많이 접고 감독님에게 맞춰나갔고, 어려움도 있었지만 서로의 다름을 느끼고 나서는 신세계를 보기 시작했어요. 영화를 이렇게 찍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홍상수라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요. 작업 제안이 오면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당시엔 무척 바빴고 다른 상업영화를 하던 터라 못했어요. 어느 순간부터는 시간이 많아졌고 이후엔 거의 같이 하게 되었죠.

 




김현민: 홍상수 감독님이 바라보는 아름다움을 김형구 감독님도 알아보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홍상수 감독님을 인터뷰할 때 가장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게 줌인을 언제 하는가?’거든요. 홍상수 감독님은 그냥 그날 느낌에 따라라고 하셨어요. 그 대답에 대고 더 뭐라고 말을 붙일 수 없겠더라고요. 그런데 그건 촬영감독 입장에선 어려운 일일 것 같아요. 서로의 타이밍이라는 게 일치해야 가능한 일들인데, 두 분만의 수신호가 있다고 들었어요.

 

김형구: 물론 수신호가 있습니다. 그때마다 신호는 달라지지만 주로 탁 칩니다.(웃음) 한 번에 오케이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어서 두세 번 하다 보면 어느 부분에서 줌이 들어가고 카메라가 누구에게 가는지가 익혀져요. 그 다음부터는 이때쯤 신호가 들어오겠다 하는 감이 생겨요홍 감독님의 영화는 보통 상업영화 만드는 것과 반대의 방법이라고 보시면 돼요. 상업영화는 준비를 정말 많이 해야 해요. 준비하지 않으면 펑크가 나거든요. 그런데 홍상수 감독 영화는 준비할 수가 없어요. 뭘 찍을지 모르니까, 아무도 모르니까. 사실 배우들이 가장 놀라워요. 이 긴 대사를 아침 한 시간 만에 달달 외워서 해야 하니까 대사에 강하지 않은 배우들은 홍 감독님하고 영화 하기 힘들 것 같아요. 저 역시도 장소만 알 뿐이고 뭘 찍을지 궁금해 하고 있으면 아침에 시나리오가 나오죠. 그때서야 아는 거죠. 배우는 그때그때마다 다르지만 사실 스태프는 8명밖에 안 돼요. 언제부턴가 8명이 전부가 되었어요. 그렇게 여러 작품을 하다 보니 이제는 서로 다 방법을 알고, 적은 인원이지만 균형 있게 프로덕션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 작품은 3일 만에 찍고 쫑파티를 했어요. 나중에 사운드에 문제가 있어서 재촬영을 하느라 4일 촬영이 됐지만요. 저도 어떤 작품 찍을지 물어보면 홍 감독님은 맨날 모른다고만 하세요. 그때마다 가봐야 안다고 해요. 그런데 제가 보기엔 그냥 큰 틀에서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큰 틀에서 생각하면서 작은 요소들을 관찰하고 그것을 즉흥적으로 영화에 집어넣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것들이 놀랍게도 잘 맞아 떨어져요. 세상에 이렇게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독보적인 존재라고 생각하고 매번 감탄합니다.

 

김현민: 처음 대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안재홍 배우와 공민정 배우가 대화하는 장면이요. 그 대화를 자세히 보면 말하는 사람보다 듣는 사람에게 포커스가 더 가 있어요. 일반적으로 줌인이 들어갈 때는 말하는 사람에게 카메라가 가는데요, 대사의 리듬과 카메라의 리듬이 조금 엇나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듣는 사람의 반응을 기민하게 살피게 만드는, 관찰하는 줌인을 쓰시더라고요.

 

김형구: 때마다 많이 다릅니다. 감독님이 그랬잖아요. ‘보고 느낌대로 한다.’ 그 장면에선 대사를 하는 사람보다 듣는 사람의 반응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랬을 것 같아요. 저도 이때는 오히려 대사하는 사람에게 카메라가 가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하기도 했는데 홍 감독님은 반대로 가시더라고요. 그냥 감독님의 그때 느낌이 그래서 그렇게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김현민: 재미있는 게 있더라고요. 처음에 두 사람의 대화를 유심히 보다 보면 아름(김민희)이 그들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다는 걸 알게 돼요. 아름이가 내레이션을 하잖아요. 자연스럽게 이 이야기의 화자는 아름처럼 느껴진단 말이죠. 그 이후엔 창수(기주봉)와 성화(서영화)가 대화를 할 때는 아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돼요. 아름이 보고 있다는 걸 의식하게 되거든요. 관객에겐 이중시점이 되는 거죠. (관객)가 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아름이 보고 있는 걸 내가 보고 있다는 것. 그런 아름의 시선을 의식하며 프레임을 잡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김형구: 사실 찍을 때는 배우들이 지금 옆에 있다고 하더라도 다들 모른다고 할 거예요. 저희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배우들은 정말 대사의 양이 많으니까 오로지 대사에만 집중을 하고요,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어요. 감독님의 작품이 점점 더 그렇게 되어가는 것 같고요. 배우들은 이렇게 저렇게 연습을 해보잖아요. 저 역시도 이렇게 찍을지 저렇게 찍을지 고민하는데 감독님은 그걸 모두 없애버려요. 그냥 현장에선 어떻게 실수 없이 찍을 수 있을 지만 생각해요. 보통 테이크가 몇 분씩 가니까 배우나 저나 NG를 내지 않으려고 해요. 촬영 할 때 그 몇 분은 초긴장 상태예요. 오로지 거기에만 집중하는 상태요.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어요. 작품이 완성되어서 나오기 전까지는 아무도 촬영 결과물을 알 수가 없어요. 저는 그래도 후반작업 때문에 촬영 한 달 뒤에라도 작품을 볼 수 있었는데 거의 모든 배우가 1년 만에 부산국제영화제 때 영화를 처음 봤죠.

 




김현민: 이 영화에서 주로 나오는 공간이 카페잖아요. 동선 활용이 재미있었어요. 인물들이 들어오고 나가고, 담배 피우러 나가고 들어오고, 그러면서 시선이 교차하고. 등·퇴장이 재미있다고 생각했어요.

 

김형구사실 어떤 면에 있어서는 같은 대답인데, 생각할 틈이 없어요. 그냥 배우들의 대사가 오가는 것에 맞춰서 춤추듯이 그냥 즉흥적으로 찍었죠. 저도 결과물을 보고 나서야 , 저렇게 됐구나.’ 이런 식으로 돼요. 어떤 면에서는 오늘 두 번째로 제대로 본 거예요. 굉장히 즉흥적인, 실제 상황에 잘 대처하는 것도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선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현민방금 말씀하신 춤을 추듯이가 맞는 표현인 것 같아요. 이번 영화에서 가장 이질적인 장면이 순영 역을 맡은 이유영 배우가 등장하는, 오버숄더 장면이었는데요. 한 식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는 느낌을 못 받았어요. 이질적인 톤이라고 느껴졌어요. 여기엔 의도가 있었을 것 같아요. 빛의 결도 다르더라고요. 아름이 동생 커플과 있을 때와는 다른 결이었어요.

 

김형구: 그게 보충촬영 씬인데요, 사실은 그 씬이 원래는 없었어요. 사운드에 문제가 생겨서 재촬영을 하면서 그 씬이 들어간 거죠. 사실 오버숄더를 찍는 것도 놀라웠지만, 그림자는 애초에 계획된 게 아니었어요. 우리는 그림자를 보고 그림자가 생겼나 보다’ 하는데 감독님은 그 그림자를 캐치하고 담아냈죠. 작품을 보면 저도 깜짝 놀랄 정도로 순간순간 이런 걸 어떻게 캐치했을까 싶어요. 오버숄더에 그림자까지 조금 과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는데 결과적으론 그 씬에 딱 맞아 들어가는 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김현민: 그 장면이 상당히 힘이 있어요. 텐션이 생겼던 것 같아요. 이유영 배우의 얼굴은 거의 클로즈업으로 잡혀있는데, 남자는 등만 보이잖아요. 등만 나오다가 기껏 해야 귀만 비추고. 프레임 안에는 여자의 얼굴은 계속 보이는데 남자의 얼굴은 철저히 배제되어 있더라고요.

 

김형구: 사실 마지막에 남자에게 포커스가 오면서 남자가 살짝 보이긴 하죠. 저는 그 샷이 홍상수 감독의 또 다른 샷이 돼서 앞으로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직은 개봉 안 했지만 <강변호텔>에서는 촬영에 있어서 한 발 더 나갔다고 생각할 정도로 큰 변화가 있었어요. 최초로 핸들을 썼어요. 원 씬 원 컷에 트랙을 깔면 더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서 트랙을 쓰자고 어필했는데 홍상수 감독님이 카메라는 무조건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그 다음엔 줌이 들어갔잖아요. 개념으로 따지자면 한 컷 안에서 캐릭터를 자세히 보여주기 위함인데, 처음엔 줌의 속도에 대해서도 감독님과 생각이 달랐어요. 저는 제가 줌의 스피드 같은 요소들을 어떻게 조절 하느냐에 따라 실제 캐릭터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어요. 쑥 들어가는 것과 천천히 들어가는 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매번 감독님은 쑥 들어가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어떤 캐릭터는 천천히, 어떤 캐릭터는 빨리 들어가야 하지 않냐고 했더니 그냥 커트의 개념으로 생각하자고 하시더라고요. 처음엔 그게 되게 마음에 안 들었어요.(웃음) 지금 작품을 보면 줌 속도가 그때하고는 많이 달라요. 느린 것도 있고 빠른 것도 있고. 나름대로 제가 어필한 것을 감독님이 이해한 게 아닌가 싶어요.

 




김현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신 것 같아요. 그 장면에선 순영의 얼굴을 계속 볼 수밖에 없었는데요. 변하는 감정의 결이 다 보였고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더라고요. 롱테이크를 다 받아내는 이유영 배우의 연기가 놀라웠어요.

 

김형구: 그 장면에 출연한 두 분은 이번 작품 하면서 처음 뵀는데, 두 분의 연기를 보면서 홍상수 감독이 배우를 선택하는 데에는 탁월한 지점이 있다고 느꼈습니다.

 

김현민: 제가 좋아하는 컷이 있어요. 아름이가 남동생과 싸우고 난 뒤에 남동생 커플이 술이나 한 잔 하자는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있어요. 바로 다음에 아름이 등장하는데, 날이 어스름해진 걸 보면서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아름이가 혼자 헤매고 있었다는 느낌을 주더라고요. 밤하늘의 전봇대가 등장하는 씬은 시간의 흐름도 보여주면서 아름의 정서도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전봇대 하나로도 훅 들어가는 컷이었습니다.

 

김형구어떤 상징일 수도 있죠. 감독님 영화는 거의 순서대로 촬영을 해요.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그렇게 찍었어요. 다만 놀랍게도 전봇대가 있었고요. 상징이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하는데 제가 설명할 수는 없는 부분이에요. 동생과 싸운 건 낮이었는데, 초저녁이 되잖아요. 그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우리가 촬영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노래를 부르더라고요. 그게 영화에 방해가 되니까 중단해달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근데 나중에 가선 오히려 찾아가서 불러달라고 했어요. 그 노래를 아마 그 분이 작사 작곡하셨던가, 그랬을 거예요. 그 방이 함께 노래연습을 하는 방인 것 같더라고요. 그렇게 오히려 즉흥적으로 캐치한, 골목을 돌아다니며 나오는 음악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홍상수 감독이 영화를 반대로 찍는다고 생각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음악인데요, 일반적으로 음악은 철저히 후반작업에 의해 완성되거든요. 대사가 들려야 하니까. 이번 영화에서는 음악을 깐 채로 영화를 쭉 찍었어요. 그 음악이 연기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거든요.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음악이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 자그마한 것도 어떤 감흥을 주어 실제 그 씬을 소화하는 배우들에겐 큰 역할을 했을 거예요. 저는 클래식을 아주 좋아하는데 촬영 하는 내내 제가 다 아는 음악이 들리니까 그 음악에 제가 영향을 받더라고요.

 

김현민: 이 영화에서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 하나 더 있었는데요, 지영 역의 김새벽 배우가 카페에서 누굴 기다리다가 계단을 끊임없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장면이에요. 저는 올라올 때 김새벽 배우가 카메라에 아주 가깝게 겹쳐버린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상당한 의미가 발생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영화를 보시고 나서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김형구: 이 영화 안에서도 그렇고, 감독님의 다른 영화 안에서도 그렇고 반복이 가끔 등장하죠. 반복의 효과를 노리지 않았나 싶어요. 평론가나 감독님의 생각은 알 수 없어요.(웃음)

 

김현민: 마지막 부분에서 넷이 술 먹고 있을 때 경수(정재영)가 엿듣고 있지 말고 아름에게 같이 앉자고 하잖아요. 같이 앉으면 한 프레임이 두 테이블이 들어오게 되는데, 이질적인 두 세계가 갑자기 하나가 되어버리는 느낌이 들었어요. 바라보는 주체와 대상이 있다가 어떤 금기를 넘어버린 순간인 거예요. 되게 헉-했어요.

 

김형구: 그게 아마 이 영화에서 감독님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생각해요.

 




관객: 촬영감독님이 말씀하신 대로 홍상수 감독의 기존 영화와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줌과 팬이 너무 유려해서 트랙이 들어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궁금한 건 이유영 배우가 나오는 씬의 포커싱이었는데요, 저는 청점의 이동을 그렇게 표현하신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오버숄더샷 자체도 저는 시점샷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김민희 배우의 시점이니까 남자의 등만 보이고, 그래서 청점의 이동이라는 개념에서 촬영된 컷인지 궁금합니다.

 

김형구: 저는 촬영감독이다 보니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고요, 보통 카메라가 대사하는 사람에게 가는데 그걸 역으로 사용하면 뒷모습으로 앉아있는 사람에게 포커스를 주게 되죠. 말하고 있는 사람이 뒤돌아 있으니까요. 어차피 얼굴이 안 보이면 소리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죠. 오히려 거기에 더 집중하다 보니 그런 샷을 만들지 않았나 싶어요. 사실 감독님 영화에서 처음 찍어 본 거라 저 역시 그런 부분은 생각하고 고민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객: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를 보면 무언가를 파격적으로 시도하기 힘들다고 하셨잖아요. 우리가 홍상수 감독이라고 하면 전형적으로 상상하는 스타일이 있는데, 어떤 시나리오라도 촬영자로서 욕심이 나서 찍게 되는 장면이 있더라고요. 이번에 혹은 이전에도 홍상수 감독님보다 더 욕심 내서 만들어낸 컷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또 감독님이 촬영하실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김형구: 일단은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에선 안 그랬는데 이후에는 감독님 영화에 줌이 들어가는 시점부터 쭉 같이 작업을 해왔죠. <강변호텔>에서의 핸들에서는 핸들이 들어간 느낌을 어느 정도 주어야 하는지 생각했죠. 너무 흔들리는 것도 원치 않고. 그 부분에 대해서 고민이 생겼고, 특이한 점은 제가 한 두발 걸어갔다는 거예요. 홍상수 영화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건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점점 더 흥미로워지고 재미있어집니다.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답변도 드릴게요. 촬영은 영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절대 아니거든요. 어떤 면에서는 두 번째 혹은 세 번째, 좀 낮게 느껴지기도 하고.(웃음)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때도 있어요. 무슨 이야기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촬영이 너무 앞서가도, 혹은 너무 뒤쳐져도 문제가 있을 수 있어요. 하나의 장면으로 모든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샷도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에 있어선 촬영이 뒤로 물러나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촬영은 어쨌든 서포트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서요. 아마 제일 중요한 건 배우일 수 있어요. 실제 그 배우가 어떻게 보이냐는 문제는 어떻게 찍느냐는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까요. 가장 중요한 건 이 샷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게 무엇인지 찾는 거고 하나 둘씩 뒤로 빠지면서 더 중요한 것들이 돋보이도록 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김현민: 감독님의 인터뷰를 찾아보니까 그런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감독님 촬영 좋은데?”보다 그 영화 좋은데? 촬영도 괜찮았던 것 같아.”라는 말이 더 좋다고 하신 걸 봤어요.

 




관객: 말씀 들어보니 홍상수 감독님이 많은 걸 말씀하지는 않으시는 것 같아요. 시나리오라는 게 설득하는 도구로서도 기능을 하는데, 홍 감독님이 촬영감독님에게도 비밀이 많으시면 영화 제작 과정 전체가 비밀투성이일 것 같아요. 영화라는 공동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형구: 영화작업이라는 게 적게는 50, 많게는 100명까지는 스텝이 있어요. 저도 30년 전 처음에 동아리에서 영화를 시작했는데 그때는 공동 작업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어요. 공동 작업이라고 하면서 맨날 싸우는 거죠. 시나리오 쓰면서 싸우고 현장에서 찍으면서도 싸우고. 서로 이게 맞다, 저게 맞다 하면서. 그렇게 싸워도 작품은 나오더라고요. 그 과정을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대학 다닐 때는 사진을 전공했어요. 사진은 혼자 하는 작업이거든요. 친구가 영화동아리 들자고 해서 들어갔는데 공동 작업이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싸울 때는 지겹고 힘들지만 그게 시간이 쌓여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면 성취감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같이 하는 작업이 행복하고 재미있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결국은 사진을 접고 영화인이 되었죠. 그런데 영화에도 여러 스타일이 있고 감독도 여러 스타일이 있어요. 어떤 감독은 그냥 알아서 찍어달라고 해요. 저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뜻이죠. 그런데 또 어떤 감독들은 1cm만 카메라를 옆으로 옮겨보라고 하기도 해요. 그런 감독과 작업을 할 때면 감독님이 하라는 대로 하고 저는 마음을 놓아버리는 거죠. 어떤 감독을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홍 감독 작품은 분명 다른 게 있어요. ‘어떻게 이렇게 금방금방 만들 수 있을까?’하는 놀라움과 희열을 느껴요. 감독님이 영화 한 편 만드는 데에는 분명 많은 생각이 있을 거예요. 근데 홍 감독님이 언제는 그러더라고요, 자기는 미리 뭔가를 하려면 긴장감이 사라져서 안 나온다고요. 긴장이 되어야 뭐가 나온다고 했어요. 시간을 너무 많이 두고 고민해봤자 별 게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사실 감독님부터 모든 배우들이 똑같은 거죠. 다만 감독님은 앞서서 시나리오를 내야 하니까 바로 아침에 쓰시는 거고요, 압박을 받아야 튀어나온다고 하신 걸 봐선 우리 모두 다 같은 입장 같아요.

 

 

관객: 배우의 입장에선 당일 날 대본을 받는 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감독님께서는 배우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으시거나 난감한 경험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김형구: 홍상수 감독은 이런 시스템을 견뎌낼 수 있는, 검증된 배우들하고만 작업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한 번 했던 배우들이랑 반복적으로 작업을 하고요. 어쨌든 배우에게 카메라가 앞에 있으면 굉장히 부담이 되죠. 신인배우들이나 카메라 앞에 처음 서는 연극배우들은 다르더라고요. 그런 분들과 처음 작업할 때 어떻게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으면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해줄 수 있는지, 그런 부분을 생각해본 적은 있어요. 가끔 가다가 어떤 배우들을 볼 때면 답답한 경우가 있긴 있죠. 계속 반복을 해도 원하는 게 안 될 때. 근데 그건 특별한 경우고요. 사실 제일 힘든 건 아동배우랑 동물과 함께 촬영할 때예요. 어린 아이들은 어떤 경우 몇 번 하다가 더 안 한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요. 어린이 배우가 날 밤 새면서 찍어야 할 땐 정말 난감해요. 사실 헐리우드의 경우, 아이들은 몇 시간 이상 찍지 못하게 되어있고 또 현장에 선생님이 있기도 해요. 우리나라에는 시스템이 없으니까 그런 상황을 마주할 때가 힘들죠.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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