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춘천>  한줄 관람평


김정은 | 쓸쓸함을 담담히 어루만지는 적당한 거리감과 섬세한 빛과 소리

박마리솔 춘천을 담은 두 개의 풍경화

승문보 | 두 세대의 쓸쓸함이 인접하는 시공간에 관한 필름

권정민 | 지나칠 수도 있었던 어떤 순간을 포착해 긴 인생을 보여주는 재주 <인생, 인생>

주창민 오히려 뚜렷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인상과 장소감




 <춘천, 춘천>  리뷰: 두 세대의 쓸쓸함이 인접하는 시공간에 관한 필름





 *관객기자단 [인디즈] 승문보 님의 글입니다. 



 

21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 비전' 부문에서 감독상을 받고, 42회 서울독립영화제와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춘천, 춘천>은 봄내필름이 제작한 두 번째 영화다. 이 작품을 연출한 장우진 감독과 제작에 참여한 김대환 프로듀서는 유년 시절부터 함께 성장하며 돈독한 친구이자 영화적 동지가 되었다. 그들에게 춘천은 특별한 공간이다. 춘천과 얽힌 여러 감정과 추억들이 존재하지만, <춘천, 춘천>을 통해 그들이 보여주고자 하는 감정은 쓸쓸함이다. 그런데 이 영화가 다루는 쓸쓸함은 남다르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를 허무는 촬영 방식과 오로지 자연광에 기대는 빛의 활용법은 세 명의 인물과 그들이 처한 상황에 집중하게 만든다. 인물과 풍경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한 청년과 두 중년이 가진 쓸쓸함의 근원은 다른 것으로 보이지만, 실은 닮아 있는 구석이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춘천, 춘천>만의 쓸쓸함이자 매력이다.



 


춘천으로 걸음을 옮기는 청년과 중년의 남녀

 

청년 지현(우지현)과 중년의 남녀 흥주(양흥주)와 세랑(이세랑)은 춘천행 기차의 같은 칸에 앉는다. 지현이 춘천으로 가는 이유와 흥주와 세랑이 춘천에 가는 이유는 다르다. 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춘천으로 향하는 걸음이 누군가는 수동적이지만, 다른 누군가는 능동적이다. 청년 지현의 고향은 춘천이다. 지현의 꿈은 상경하는 것이다. 번번이 취업에 실패한 지현은 다시 서울을 방문해 면접을 봤지만, 춘천으로 돌아오는 그의 뒷모습은 씁쓸하다. 흥주와 세랑은 지현과 달리 자발적으로 춘천으로 떠난다. 한 가정의 가장이 된 흥주는 젊었을 때 당시의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흥주처럼 가정을 꾸리게 된 세랑은 첫사랑과의 추억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함께 일탈을 꿈꾼다. 세 사람의 만남은 우연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연이 아닌 다른 듯 닮아있는 공허한 감정을 마주하게 되는 쓸쓸한 인연으로 다가온다. 특히 청년 지현의 에피소드가 끝나자 비로소 등장하는 영화 제목은 이를 뒷받침한다. 영화 제목이 나오는 장면을 경계 삼아 청년 세대와 중년 세대는 그렇게 서로를 마주 대한다.


 



과거의 흔적을 다시 만진다, 그리고 다시 현재를 바라본다

 

수동적이든 능동적이든 세 사람은 춘천과 얽힌 각자의 과거를 떠올린다. 지현은 역에서 우연히 만난 단짝 친구를 만났고, 자신이 미처 몰랐던 그 친구의 옛이야기를 듣고, 그리고 학창 시절과 얽힌 장소를 방문하거나 사람을 만난다. 흥주와 세랑은 서로에게 자신의 과거를 들려주면서 감정뿐만 아니라 경험을 공유한다. 이렇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과거의 흔적을 만진 세 사람은 자신들이 위치한 현재를 다시 바라본다. 아마도 세 사람은 찬란하고 웃음이 많았던 과거의 흔적을 토대로 삼아 더 나은 현재를 가꾸고 싶은 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의 자리에 남은 건 오로지 무기력함과 쓸쓸함 밖에 없다. 푸른 산은 공사 현장으로 바뀌었고,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미군 부대는 더는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과거를 어루만지는 방식이 달라도 세 사람이 느끼는 쓸쓸함에는 불안과 상실감이 바탕으로 깔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공허함의 여정은 춘천 마라톤 장면과 엔딩 장면을 통해 함축해서 정리할 수 있다. 과거라는 출발점에서 서 있을 때는 약간의 희망을 바라며 뛰기 시작했지만, 현재라는 도착점에 도착하는 순간 그들은 기대했던 바와 달리 정반대의 감정을 자각한다. 더 나아가 춘천에서 서울로 돌아온 흥주와 세랑은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화장실로 향하는데, 그들은 제대로 된 인사 없이 그냥 헤어진다. 그렇게 그들에게 오늘날의 춘천은 씁쓸한 색으로 물들고 만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댓글을 달아 주세요

Indiespace_Newsletter_20181009




Posted by 도란도란도란

댓글을 달아 주세요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