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하고 대단하지 않을 지라도, 그래도 좋아해  <오목소녀>  인디토크 기록


일시 2018년 5월 24일 오후 8시 상영 후

참석 백승화 감독배우 장햇살, 배우 이지원

진행 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









*관객기자단 [인디즈] 박마리솔 님의 글입니다. 





바둑소녀가 아닌 오목소녀를, 뛰기왕이 아닌 걷기왕을 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사소하고 일상적으로 여겨진다는 점에서 오목이라는 소재가 매력적이었다는 백승화 감독의 이야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감독은 거듭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천천히 가도 괜찮다고. 져도 괜찮다고. 지금도 괜찮다고. 한국오목협회의 명예 단증 수여를 시작으로 <오목소녀>GV가 진행되었다

 

  



이은선 영화저널리스트 (이하 이은선): 개봉일에 이렇게 많이 찾아와주셔서 관객 한 분 한 분을 마주하는 소감이 특별할 것 같아요. 찾아주신 관객분들께 첫인사 한 말씀씩 해주시죠.

 

백승화 감독 (이하 백승화): , 늦은 시간에 참석 감사드리고요. 사실 오늘도 이바둑 역할의 박세완 배우와 김안경 역할의 안우연 배우가 스케쥴 때문에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어요. 아쉬운 마음이 있지만 잘 봐주셨으면 좋겠고요. GV할 때 긴장 잘 안하는데 오늘은 왠지 긴장되는 것 같아요.

 

이지원 배우 (이하 이지원): 안녕하세요. 조영남 역할을 맡은 이지원입니다. 늦은 시간에 이렇게 와주셔서 GV까지 함께 해주시는 것 너무 감사드리고요. GV 끝날 때까지 엉덩이 붙이고 질문해주시고 참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장햇살 배우 (이하 장햇살): 안녕하세요. 동거인 역할의 장햇살입니다. 이렇게 개봉일에 일반 관객분들 맞이하는 건 처음이라 되게 떨리고요. 재밌었던 부분들, 궁금했던 부분들을 감독님 그리고 배우들에게 질문해주시고 재밌는 시간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은선: 아까 GV대기하면서 감독님께서 관객반응이 너무 궁금하다고 하셨는데, 사실 끝에 몇 분 정도 살짝 상영관에 들어와 계셨거든요. 직접 반응을 보니 어떠셨어요?

 

백승화: 사실 안으로 들어오진 않았고 저기 복도에서 살짝 봤는데, 그러게요. 반응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좋았나요? 영화제에서만 관객을 만났던 터라 개봉상영 관객분들은 어떠실지 궁금하거든요. 긴장도 되고, 일반상영은 처음이라 감개무량합니다.

 

이은선: 이 영화에 대한 사전정보 없이 영화를 접하신 분들 중엔 57분이라는 매력적인 러닝타임에 반한 분들이 분명 계실 거예요. 기자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고 들었어요. ‘57분짜리 영화가 있다. 웬말이냐면서요.(웃음) 웹드라마와 영화 중간 정도의 형태로 이 작품을 인식하셨을 것 같은데, 실제로도 웹드라마로 방영이 되는 작품이죠?

 

백승화: . ‘옥수수라는 VOD 플랫폼에서 방영을 하고 있어요. 개봉과 동시에 시작해서 매주 새로운 에피소드가 공개됩니다. 처음에는 웹드라마로 시작한 터라 짧은 러닝타임으로 완성을 하게 됐어요. 관객분들은 과연 이걸 어떻게 보실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짧은 시간을 좋아해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사실 짧은 영화를 좋아하고요. 짧은 영화도 매력있는 것 같습니다.

 

이은선: 감독님께서 잠시 설명해주셨지만, 동영상 플랫폼에서 이 작품이 6부작으로 나뉘어서 한 주에 두 개씩 공개가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바둑이라는 소재를 사용했는데, 무협소설의 뉘앙스도 있고 강호의 고수와 대결하는 재야의 숨은 영웅만화를 보는 것 같기도 했어요. 실제 감독님도 그런 감성이 있는 분일 거라는 짐작을 해봤는데 어떠세요?

 

백승화: 만화 좋아하고요. 개봉 후 사람들에게 듣기로 만화적 요소가 많다고 하시던데, 사실 무협지 부분은 저도 생각을 못했어요. 생각해보니까 새로운 고수가 재야의 고수의 전 제자와 싸우는 구조 때문에 그렇게 많이 봐주시는 것 같아요.

 




이은선: 오목이라는 소재를 먼저 생각하게 되신 건가요?

 

백승화: . 전작인 <걷기왕>이라는 영화를 할 때 <오목소녀> 시나리오를 먼저 떠올리긴 했었어요. 근데 오목이라고 하는 소재가 처음에는 극장 영화로 찍기에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서 잠시 보관해뒀다가 웹드라마를 찍고 싶어서 다시 꺼내게 되었습니다. 바둑 이야기는 많이 하잖아요. 바둑이라고 하면 굉장히 커다란, 대단한 것이고, 인생에 비하기도 하고 진지하게 여겨지는 반면에 오목은 좀 사소하고 일상적으로 여겨지는 부분들이 있어서 그런 대조되는 부분이 재밌었습니다. 오목이라는 소재가 매력적으로 느껴졌고요.

 

이은선: 이지원 배우님은 오목을 자주 두나요?

 

이지원: . 집에 오목판이랑 돌도 있고. 어릴 때, 학교 안 다닐 때는 아빠랑 엄마랑 거의 맨날 하다시피 오목이랑 즐겨했고요. 그리고 학교 다닐 때는 가끔씩 했는데, 이거 찍으면서 오목을 더 두게 됐어요.

 

이은선: 아까 이지원 배우가 오목 실력자라고 들었어요. 현장에서도 초고수였다는데 맞나요?

 

장햇살: 김안경을 연기한 안우연 배우가 계속 박세완 배우를 이겼는데, 한 번 박세완 배우가 이지원 배우에게 복수를 해달라고 말하는 바람에 이지원 배우가 안우연 배우와 오목을 두었다가 시원하게 이겼어요. 배우 안에서 랭킹 일위가 되었습니다.

 


이은선: 캐릭터들의 이름도 굉장히 직관적이어서 재미있었어요.

 

백승화일단 저도 영화 볼 때 이름을 잘 못 외우는 편이에요. 특히 외화를 보면 이름들이 비슷하게 느껴지는 편인데, 그래서 좀 단순하거나 들었을 때 쉽게 떠오르는 이름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사실 오목소녀의 경우엔 좀 많이 갔죠. 이바둑이나 김안경이라든가. 사실 그런 이름이 잘 어울리는 영화라고 생각했던 것 같고. 이런 부분이 만화적이라고 느껴질 것 같아요. 단순하게 바둑의 신동은 이바둑이고, 안경을 쓴 친구는 김안경이고, 그런 거요.

 

이은선: 인물들이 바로 소개되고 그들이 겪는 사건들로 바로 넘어가는데, 조영남의 과거가 굉장히 궁금해요. 조영남은 뭐하는 사람인가요? 어떤 생각으로 연기했어요?

 

이지원: 바둑언니가 기원에서 알바를 하고 저는 기원집 딸이에요. 제가 알기로는 영남이는 학교 갔다오면 기원에서 바둑 두는 거 보고 오목도 재미삼아 하고 그러다가 지면 자존심 상해하고 그런 아이예요.

 


이은선: 장햇살 배우는 이 영화 전에 <용순>으로 만나신 분들이 많을 거예요. <용순>에서는 아주 결정적인 순간에 친구 용순을 위해 용기를 보여주는 연기를 하셨는데, 여기에서는 속을 좀 썩이긴 했지만 마지막에 구원투수처럼 등장해서 친구를 멋지게 다독여주는 의리의 친구로 등장을 하죠. 실제로 친구들 사이에서는 어떤 캐릭터일지 궁금해요.

 

장햇살: 저는 친구들 사이에서 사실 챙김을 많이 받는 편이에요. 동거인이 사실 나름대로 구원투수처럼 나서지만 실제 그 상황에서 구원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웃음) 마음은 있었지만요. 오히려 <용순>에서 맡았던 역할은 용순을 이해해주고 품어주는 역할이었는데 사실 저는 그보다는 손이 많이 가는 성격입니다.

 

이은선: 동거인이 나오는 장면마다 방점이 찍히는 느낌이 드시죠. 많이 등장하진 않지만 한 컷 한 컷에 나올 때마다 이 캐릭터가 그 장면을 책임진다는 느낌을 받으셨을텐데, 그렇기 때문에 촬영할 때 좀 부담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기타치면서 등장하는 장면도 사실 가장 중요한 흐름 중 하나였는데, 민망하고 재밌었을 것 같아요.


장햇살: 감독님이 그 장면에서 모두가 어찌할 바 모르는 상황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하셨었어요. 동거인이라는 친구가 진심으로 이바둑을 응원해주면 그런 상황이 되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기타도 감독님 친구인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박종현 기타리스트님께 배워서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많이 긴장하면서 찍었던 것 같아요. 컷 들어가고 나서는 다들 재밌게 봐주셔서 끝까지 잘 마무리했던 것 같습니다.

 




이은선: 짧은 러닝타임 안에 이 영화를 보는 여러 가지 재미가 있는데요, 어떤 특정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굉장히 많았죠. 레퍼런스가 심심치 않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화 <기생수>도 있었고요.

 

백승화: 말씀해주신 것처럼 다 아시겠지만 <기생수>라는 만화를 보면 오른쪽이가 나오거든요. 그래서 <기생수>는 오른쪽으로 하니까 우리는 왼쪽으로 하자, <기생수>에서는 CG를 많이 썼는데 우린 그건 안되니까 점토를 좀 붙이자, 해서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또 많은 분들이 아실 것 같은데 마지막에 대회 끝나고 나오는 이 사진은 홈페이지에 쓰이지 않았다.”는 대사는 <슬램덩크>에서 따온 거예요. 잘 모르실 수 있지만 바둑이가 혼자 환상에 빠지기 전에 생각하자, 생각하자말하는 부분은 영화 <비밀은 없다>에서 손예진 씨가 맡았던 연홍의 대사를 쓴 거고요. 

 

이은선: 김안경의 손이 등장하는 장면을 촬영할 때 연기하는 사람도 힘들었을 것 같고 옆에 있는 사람도 힘들었을 것 같아요. 생각할수록 굉장히 애로사항이 많은 장면일 것 같은데 실제로 현장에 있었던 배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죠. 김안경의 혼신의 손연기 찍을 때 현장 분위기는 어땠어요?

 

이지원: “액션!” 했는데 손을 딱 펼치자마자 꺄르르 웃어서 바로 컷되고 5분 정도 웃은 적도 있고, 또 끝까지 참다가 끝나서 소리 내며 웃은 적도 있어요. 굉장히 분위기가 밝고 재밌었어요. 가끔씩은 왼손이를 오른손에 붙여서 따라해보기도 했어요.

이은선: 마지막 대회가 벌어지는 촬영은 몇 회 차에 걸쳐 촬영한 건가요?

 

백승화: 아마 2회 차요.

 

이은선: 굉장히 타이트했을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대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2회차 안에 촬영하려면 현장 분위기가 되게 바빴겠어요.

 

장햇살: 현장에서는 어쨌든 시간의 제약이 있었지만 그 안에서 큰소리 한 번 나지 않았고, 이렇게 찍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평화로운 현장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의견을 낼 때도 거리낌 없이 낼 수 있었고 감독님이나 스탭분들도 되게 의견을 잘 받아들여주시는 현장이었습니다. 촬영 자체가 정말 즐거웠어요.

 

이은선: 결과적으로는 현장의 분위기만큼 유쾌한 결과물이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의 소감이 궁금해요. <걷기왕>이라는 장편 영화를 만든 이후에 이 작품을 만들었을 때는 단순히 영화가 아닌 조금 다른 형식을 염두에 두셨기 때문이겠죠. 재밌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괴로운 작업이었을 것 같아요. 기존에 영화를 만들던 문법을 깨고 뭔가 새로운 것을 자꾸 생각해야 하니까요. 이렇게 작품을 만드신 소감은 어때요?

 

백승화: 저는 그냥 즐거웠습니다. 사실 <오목소녀>는 처음 기획부터, 촬영, 배급 과정까지도 굉장히 부담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물론 현장은 굉장히 바빴지만 마음은 되게 편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편안하거든요. 부담도 별로 없고요. <걷기왕> 작업하면서 제가 재밌어하는 코드들을 좀 더 만들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게 웹드라마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지금 개봉하고 나서도 온라인에서도 상영하고 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나는 것도 굉장히 운이 좋은 케이스라는 생각이 들어서, 속없어 보일 수 있지만 저는 좋습니다.





이은선: <오목소녀>는 웹드라마 플랫폼 기반이기 때문에 조금 과한 코미디 요소가 들어간 것도 있지만 <걷기왕>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죠. 발랄하고, 굉장히 느리게 사는 사람들을 응원하는 영화이기도 했어요. 사람을 바라보는 감독의 관점이 궁금해지는 영화였습니다. 평소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떤지 궁금해요.

 

백승화: 어려운 질문이네요. (웃음) 글쎄요. 항상 캐릭터를 만드는 걸 보면 어딘가 부족한 점이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요. 개인적으로도 저 역시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캐릭터들이 성장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은선: 이지원 배우가 보기에 현장에서는 백승화 감독님은 어떤 감독이었어요?

 

백승화: 옆에다 두고. (웃음)

 

이지원: 감독님은 현장에서 굉장히 따뜻하셨어요. 저는 매번 따뜻한 현장에서 영화를 찍어왔지만...다른 감독님들 중엔 호통을 치기도 하고, 딱딱 지시하는 감독님도 계실 것 같아요. 그런데 백승화 감독님께서는 배우들이 어려워하시거나 스텝들이 궁금한 점이 있을 때 차분하게 이야기해주시고 조언도 해주시고 굉장히 좋은 감독님이셨어요.

 

백승화감사합니다.

 

 

관객: 영화 잘 봤습니다. 마침 웹드라마로도 나왔다고 하셔서, 추후 속편 계획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백승화: 속편은... 이지원 배우가 속편을 하고 싶어했어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런 이야기를 했었고요. 시즌 2를 진행하게 되면 저야 언제든지 할 생각은 있고, 어차피 할 거라면 오목이 일본에서 인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일본 가서 하면 좋겠습니다. 농담이고요.(웃음) 개인적으로는 캐릭터에 대한 내용처럼 부가적인 이야기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어요. 영화를 만들 때 캐릭터 설정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서, 누가 해주시면 좋겠는데.(웃음) 웹드라마로 제작했지만 영화가 된 것처럼 만약에 기회가 있으면 웹툰이나 아예 다른 컨텐츠로 해보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은 들어요. 기회가 있으면요.

 

이지원: 촬영도 재미있었고, 영화 보고나서도 <오목소녀 2> 하면 진짜 대박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둑이랑 쌍삼이랑 안경이랑 일본 가서 오목 전수받고 열심히 수련했는데 아직도 조영남의 실력은....” 이런 느낌으로 하면 재밌을 것 같아요.

 

이은선: 기본적인 스토리를 다 생각해놓으셨네요.

 

이지원: , 그냥 제 개인적인 생각이에요.(웃음)

  

장햇살: 저희 현장에서도 영남이가 커서 일본으로 간다, 이런 이야기했는데 실제로 촬영했을 때보다 이지원 배우가 정말 많이 컸어요. 그래서 시즌2에서 중학생이 되고 사춘기를 겪고 있을 영남이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찍어보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은선: 이 자리에 오시지 않은 안우연. 그리고 박세완 배우의 캐스팅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거든요. 어디서 이렇게 딱 맞는, 정말 바둑알처럼 예쁜 배우를 찾으셨는지 이야기 좀 해주세요.

 

백승화: 사실 안우연 배우나 박세완 배우는 드라마에서 많이 활동하는 배우들인데요. 박세완 배우 같은 경우는 작년 <학교 2017>이라는 드라마에서 눈여겨봤던 것 같아요. 주인공의 단짝 친구로 나왔었는데 유머러스하고 재밌고 씩씩하고 당찬 느낌 때문에 캐스팅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만나보니까 본인 성격이 바둑이와 비슷하다고 하더라구요. 실제로 바둑이가 입었던 옷도 본인 것을 가져와서 입기도 했어요. 바둑이의 효자손도 본인 효자손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안우연 배우도 드라마 <청춘시대2>를 보니 장난끼 있고 미워하기 힘든 느낌이더라고요. 그런 성격입니다. 가끔 보면 순진해보이고. 안우연 배우의 경우엔 사실 왼손이 연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재밌긴 해도 연기로는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았을텐데 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장햇살 배우의 경우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전작 <용순>에서 좋았고, 그래서 동거인 캐릭터 캐스팅 할 때 연락을 드렸어요. 사실 동거인은 캐릭터는 좀 단순했었어요. 바둑이의 친구이고 락커라는 설정 정도였는데 장햇살 배우가 저랑 이야기를 되게 많이 했거든요. 배역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다보니 배우 본연의 성격이 더 묻어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더 구체적인 캐릭터가 만들어졌습니다. 이지원 배우의 경우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라는 영화에서 정말 인상깊게 봤습니다. 조영남 역을 캐스팅을 할 때 이지원 배우한테만 연락을 했고, 처음 미팅할 때 사무실에서 리딩을 하는데 너무 영남이랑 똑같아서 사무실 분들이 놀랐어요. 그 이후 리딩도 더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 했구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실제로도 굉장히 밝고 명랑한 배우인 것 같아요. 제가 뭐 특별하게 영남 역에 맞춰 주문한 것도 없고요, 본인 성격대로 잘해주셨습니다.

 

이은선: 장햇살 배우가 영화에서 더 구체적으로 캐릭터를 손 본 부분은 어떤 것들이에요?

 

백승화: 아마 배우분보다는 제가 더 잘 알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락음악을 하는, 어떻게 보면 문제를 일으키는 친구였다면 무대공포증이 있다거나, 가슴은 뜨겁지만 머리로는 집값 걱정하고 몸걱정 해서 양파즙을 먹는다거나, 이런 부분은 사실 실제 배우의 성격과 섞어서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관객: 카메오로 나오신 분들, 조연 분들에 뮤지션들도 있는 걸로 아는데 뒷이야기가 궁금하고요. 그리고 크레딧에 주인아주머니라는 역할을 하신 분도 있더라구요. 바둑이와 동거인의 자취 이야기에 빠진 스토리가 있는지 궁금해요.

 

백승화: 역시 한 번 보셔서 그런지, 디테일한 질문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 특별출연으로 나왔던 배우들 중에서 도를 아십니까말 건네는 남자 분은 브로콜리너마저라는 밴드에서 노래하시는 윤덕원씨입니다. 연기를 처음 하신 건데요,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이런 역할을 해주실 수 있냐고 부탁드렸습니다. ‘브로콜리너마저하면 굉장히 서정적인 음악을 떠올리실텐데 실제 만나면 굉장히 재밌으신 분이에요. 정숙씨는 사실 저희 피디님이거든요. 이 자리에도 계신데, 되게 싫어하셨어요. 정숙씨는 제가 처음부터 생각하고 만든 캐릭터인데, 굉장히 싫어하시면서 다 해주셨거든요. 감사드립니다. 재미없었으면 제가 죄송했을텐데 다행히도 관객분들이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주인아주머니와 관련해서는 삭제된 부분이 좀 있어요. 아무래도 웹드라마로 시작하다보니 초반에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이야기를 빨리 진행하다보니 좀 빠지게 된 부분들이 있습니다. <걷기왕>에서도 같이 작업했던 박주희 배우가 나오는 장면도 있는데 그런 장면도 빠지게 됐어요.

 

 

관객: <걷기왕> 때도 그랬고 <오목소녀> 때도 그랬고 힘들면 포기해도 괜찮아.’, ‘져도 괜찮아.’라는 말을 하는 느낌이라서 되게 위로를 받았거든요. 그래서 감사하다는 말씀 전해드리고 싶었고요. 그리고 밴드나 뮤지션들이 꼭 감독님 영화에 자주 출연하는데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백승화: 감사합니다. 아마 사실 저에게 친숙하고 생각하기 쉬운 인물들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음악을 좋아하거든요. 음악을 잘 사용하고 싶기도 하고. 작품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은선: 사실 천천히 해도 돼, 실패해도 돼. 이런 메시지를 영화에 연달아서 넣으셨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영화감독이 영화를 만들 때 귀에 콕 박히는 라인을 넣을 때에는 그게 관객한테 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본인에게 필요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백승화글쎄요. 사실 <오목소녀>의 경우에는 관객분들에게 어떤 큰 메시지를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편안하게 찍었던 것 같고.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영화 작업을 하다보면, 저도 어릴 때는 훌륭한 영화를 만들어서 거장이 될 거라고 생각하거나 대단한 사람이 될 것 같았지만 사실 그 많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 중에서 그런 거장은 소수잖아요. 그렇다고 내가 훌륭한 명작을 만들지 못한다면 영화를 찍으면 안 되나? 그런 지점의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그런 경험을 하실 것 같아요. 본인의 위치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혹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좋아하는 것들 혹은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를 제 영화 속에서 하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최근에 하고는 있습니다. 그걸 꼭 염두에 두고 대단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건 아닌 것 같고요.

 

이은선: 기왕 이렇게 된 거, 다음 영화에선 뭐가 괜찮다고 하실지 기대되기도 하고요. 만약 <오목소녀> 시즌2가 만들어진다면 거기서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겠죠. 오늘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Posted by indiespace_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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